지도에 없는 𝗶 프로젝트 𝟮𝟬𝟮𝟭
𝗡𝗲𝗶𝘁𝗵𝗲𝗿 𝗵𝗲𝗿𝗲 𝗻𝗼𝗿 𝘁𝗵𝗲𝗿𝗲


기획의 글

《지도에 없는 i》 는 서울의 시각예술공간을 중심으로 Artist-Run Spaces 다섯 공간 (아트잠실, 프로젝트스페이스영등포, 스페이스원, 낫씽이즈리얼, 아티스트런스페이스쇼앤텔) 과 함께 시작한 공간 협력 프로젝트이다. 

지도상에 정확히 위치한 공간과는 달리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의 위치는 불확실했다. 공간에 있지만, 공간에 없는 운영자의 모호한 정체성에 관한 의문으로 시작한 ‘𝗶’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작가로서 지속적인 작업을 위한 공간으로 출발하였지만,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면 운영자가 되고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하면 기획자가 되어 있기도 했다. 사적인 공간으로 시작하여 공적인 공간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공간운영자의 개인전을 개최하는 이 프로젝트는 2021년 첫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역과 장소를 확장하여 예술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간과 그곳을 운영하는 작가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해 보고자 한다. 

-황수경

당신의 밀도도(密度圖) |  《지도에 없는 i (Neither here nor there)》 서문

i는 없나?” 의문을 품을 때 i는 있다. i를 발견한다. 이 도출은 담백하다. 찾는 것이 없을 수 없다. 부재한다는 생각은 부재할 리 없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따라서 i, 그 정체성(identity)을 향한 의구심은 i 유무의 분별보다 i의 밀도에 대한 고민에 가깝다. 《지도에 없는 i》는 소위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Artist-Run Spaces)로 명명되는 공간들의 i인, 작가들을 둘러싼 어떤 불편함을 비춘다. 혹시 이 몇 줄 사이에서도 이탤릭체로 기울인 i가 보기 불편한가? 이탤릭체로 i를 강조해 보았다. 이제 i를 바로 세운다. 불편함은 출발점일 뿐 불편함의 연장과 지속이 《지도에 없는 i》의 목표가 아니다. 장장 반년에 걸쳐 느슨한 릴레이가 될 이 전시는 즐거움, 고무, 격려, 연대에 더 큰 기대를 건다. 다시 이 몇 줄 사이에 대해 고백하자면 이는 내 의식의 흐름이기도 했다. 그러나 자욱한 지대에 입성하는 걸까 싶었던 예측은 어긋났다. 다섯 공간 여섯 작가는 책임과 사명에 따라 운영자라는 대표 명사가 대신하던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배치한다. 김수진, 지현아, 여인영, 권자연, 남윤아, 손지훈 작가. 이 작가들은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의 공간 운영 성질과 맞바꿨던 고유한 이름의 질감을 살리려 한다. 

《지도에 없는 i》는 아트잠실의 김수진에서 시작한다. 8월 초 아트잠실을 찾았을 때 작품 설치는 벌써 시작되고 있었다. 사공토크, 무형의 레지던시에서 이미 선보인 깊은 호흡의 잠영은 김수진에게 내면화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아주 오랜만에 준비하는 개인전이다. 오래 묵히다 보니 더 큰 부담을 키워온 것도 사실이었지만 이제 많이 편안해 보인다. 괜찮다는 마음가짐은 사공토크와 아트잠실 운영에서 서로 격려하고 아낌없이 응원해 온 경험치를 내화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번 전시는 오래전부터 놓지 않은 신문이라는 매체를 여러 각도에서 다시 벼린 부단한 담금질의 결실이다. 여전히 신문이어야 할까, 그 당위성에 대한 질문이 물론 제기될 수 있다. 김수진은 신문이 아직도 믿음의 창구가 되고 바로 그 측면에서 이데올로기 장치로 효력이 있음에 주목한다. 타임라인에 시시각각 올라오는 소식 대신 하루치가 수합되고 선별된 신문은 관점에 따라 올드미디어로 간주될 수도 있으나 신문에 대한 고전적인 견해가 된 “실제 뉴스는 나쁜 뉴스”임은 진실이다. 김수진이 바로 이 “누군가에 대한, 누구가에게 나쁜 소식”의 레이아웃과 텍스트에 신뢰를 부여하는 이미지의 덧댐이 조장하는 진실의 조형(造型)을 자신의 조형 대상으로 선택할 때 신문은 계기가 될 뿐이다. 이제 조형은 그 자체로 겹쳐지거나 음영을 통해 과장되고 축소된다. 신문에 대한 얘기 아닌 조형을 포커스로 반전된 진실이 김수진에게는 쟁점으로 거듭 선다. 

지현아가 운영하는 프로젝트스페이스영등포는 1호선 철로를 축으로 영등포 번화가 정반대에 위치한다. 이 공간은 전시 관람 경로상의 수혜가 전무하기 때문에 방문객의 모티베이션은 명확하다. 외부에서부터도 한눈에 들어오는 공간은 프로젝트스페이스라는 공간 호명뿐만 아니라 전시 성격 자체에도 강한 영향을 미친다. 지현아는 이 “공간이, 곧 나”라고 표명할 만큼 전시공간으로부터 분리나 소외와는 다른 각성을 보인다. 이상화된 자아 아닌, 되뇌일 때 충전되는 힘을 아는 이의 분투이지 않을까. 지현아의 의지는 행위를 빚는다. 여름날 지현아를 찾았을 때 그이는 지리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경계 연구에 몰두하는 글로리아 안살두아(Gloria E. Anzaldúa)의 『경계지대/국경』과 씨름 중이었다. 쉬이 놓지도, 빨리 읽지도 못할 책을 쥐고 담론으로부터의 통찰을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번안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안살두아의 “피를 철철 흘리는 절개된 상처”에서 영감을 받아 프로젝트스페이스영등포를 “움직이는 지대”로, 지현아를 “피와 곰팡이”로 전회시키려고 구상 중이었다. 끝끝내 봉합되지 않을 상처는 죽음에 닿으며 외부적 침투에도 무방비하다. 작품과 전시를 기투하는 행위가 이를 닮아 처절하고 마르지 않는 곰팡이꽃으로 피어나기를 기약해 본다.

산등성이 해방촌 신흥시장의 터줏대감 스페이스원은 《지도에 없는 i》 참여 공간 중 가장 긴 구력을 보유한다. 들고 나는 신흥시장 내 세속적인 힙한 공간들 사이에서 스페이스원은 2014년 공간 폼(Space Foam)에서 출발해서 2015년 지금의 스페이스원으로 정비하여 ‘전시’ 공간만큼 도시 재생과 문화예술적 임무 수행도 이어오고 있다. 햇수로 8년 차 여인영은 공공, 행정, 시장, 예술, 교류 등 굵직한 쟁점의 소용돌이에 있다 보니 어느새 해탈한 듯한 풍모를 보이기도 한다. 코로나 19 이후 공간 성격을 재고하게 되었고 공간을 재정비하며 이제 전면에 두는 개념은 연구와 발제(發題)다. 그렇기 때문에 스페이스원에서 전시는 발제 형식들 중 하나가 된다. 공간의 성격을 재정비한 것처럼 여인영에게 작가 정체성은 올해의 화두다. 그간 한국에서 활동은 기획자에 무게를 두다 보니 계기가 될 때마다 선보였던 작가 여인영으로서의 전시 이력은 의외로 타국에 흩어져 있었다. 이번 전시는 2019년 전시작인 〈threes.pinks.holes〉과 〈happily ever after〉의 연장선을 고민한다. 여인영은 오랜 기간 꿈의 단서들을 그러모았다. 꿈의 언어들은 꿈결의 정합성과는 별개로 눈뜨면 도리없이 희미해지고 만다. 다시 세울 수 없는 탑이기에 오히려 늘어놓는 방식을 취한다고 할까. 이를 여인영은 “몽상적 현실들을 나의 즐거움을 위해 하나로 납작하게 펼친다”고 표현한다. 타자를 개입시켜 이 언어를 번역하게끔 제안하는 방식은 수렴의 갈래 길을 허용하는 여인영식의 명령어(command)다. 

그나마 부암동, 그러나 작업실에서 전시공간으로 첫 전환에 대한 고민이 만만치 않은 낫씽이즈리얼(nothingisreal)에서는 권자연의 전시가 열린다. 전시공간으로의 명확한 성격보다 말하자면 이곳에는 한시적 공유오피스와 같은 준(準) 전시공간의 개념이 덧대어진다. 성질 변화를 예고하는 이곳에서 권자연은 자신의 작업과 전시의 확고한 분할보다 공간 고유의 속내 비춤에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결과적으로 전시의 경제를 위해 피치 못할 가벽이 과연 배치될까 아리송하지만 현재 권자연이 지닌 한줌의 고민은 그 누구에게도 버겁지 않을 만큼의 예술적 태도다. 누(累)가 되지 않을 만큼의 남김에 대한 고민은 가까운 이를 떠나보내고 난 깨달음에서 비롯한다. 그렇기 때문에 근래 전시에서는 설치할 때엔 확장태를 지니지만 종료에서는 차곡차곡 모아 간소해지는 작업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권자연은 ‘형태’와 ‘작업’의 포개어짐을 고민한다. 별처럼 점점으로 반짝이나 켜켜이 누적된 시간을 도외시할 수 없는, 아득한 무덤이면서도 구조로는 단출할 어떤 예술 말이다. 품어 작업하고 드러내어 전시하는 미술 안팎의 생리를 흐릴 이곳, 낫씽이즈리얼에서 바로 그 리얼이 무엇인지 오래 묵혀 목이 잠겼을지도 모를 작가의 육성을 청해 듣고 싶다. 적어도 젊어 새된 목소리는 아닐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아티스트런스페이스쇼앤텔은 간명하면서도 묵직한 두 가지 미션, ‘보여줄 것’ 그리고 ‘말하고자 하는 것’을 선명하게 드러내어 온 공간이다. 쇼앤텔은 운영자 1 남윤아와 운영자 2 손지훈이 2017년부터 운영해왔다. 남윤아와 손지훈이 각각 준비하는 전시는 쇼앤텔이 축적해 온 역사와 관계한다. 쇼앤텔 첫 전시가 운영자 1 남윤아의 개인전이었고 이 전시 공간은 현재 쇼룸 겸 사무실로 변모했다. 지금 전시 공간은 2018년부터 운영 중인데 운영자 2 손지훈은 여기서 《예술행위이어가기1_보통의전시》를 개최했다. 이들에게 공간도 있고 운영도 하면서 전시도 해서 좋겠다는 말은 속없는 얘기일 뿐이다. 일상 공간이 전시공간으로 변모할 때 들러붙는 온갖 질문에 대해 운영자는 답을 준비해야만 했다. 이번 전시에서 남윤아와 손지훈은 각자 탐색해 본 공간을 교차하여 전시 준비를 하고 있다. 쇼앤텔 공간 되새김질에 비견될만하다. 전시에서 남윤아는 지난해 개인전에서의 고민을 진척시킬 예정이다. 수직성으로 대변되는 도시 욕망은 더 많은 빛을 머금은 땅의 평당 가격을 높여왔다. 낯빛을 크리스탈에 모아 무람없이 산란시켰던 전작(前作)의 시도가 어떤 변화에 대한 바람을 담았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변화 그 자체를 전시의 형식과 내용에 품고자 한다. 개념으로 담길지 구현이 될지 아직 불확실하나 작가 남윤아가 펼쳤던 어느 자락을 끈기 있게 직시하고 다시 들추어내어 견인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손지훈은 쇼앤텔 전시의 첫 출발이었던 지금의 사무공간을 비우고 이곳에서 자신만의 이야기에 집중해보고자 한다. 전시공간 운영자는 실상 사무 바다에서 하염없이 헤엄친다. 《지도에 없는 i》에 참여하는 모든 공간, 모든 작가가 저마다의 빛과 색이 있으나 사무의 무게만큼은 모두에게 번다하고 공평하게 무겁다. 손지훈은 따라서 사무공간을 하얗게 비워내거나 까마득하게 자신의 축적물로 쌓아 올리는 양 극단의 상황 연출 중 하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전 전시에 대한 손지훈의 표현에서 힌트를 얻어볼 때 이전 전시는 사회에서 작동되는 트라우마(trauma), 스티그마(stigma)의 경계를 짚어보았다면 이번 전시는 오롯이 손지훈 멀티버스(Multiverse)를 손지훈의 가능과 경계를 더듬으며 풀어내지 않을까 추측한다. 그럼에도 2022년의 일. 그 사이 열두 번 계획이 바뀐다 해도 이상할 것 없다. 다만 손지훈의 지향은 선명해 보인다. 남윤아, 손지훈의 공간 경험 교차는 쇼앤텔 복기와 전망 양 방향을 위한 최선의 노력이자 선택에 가깝다.

정체성에 대해 연구하는 사회학자 나탈리 하이니히(Nathalie Heinich)는 “정체성의 위기는 자기 인식(autoperception), 소개(présentation), 명명(désignation)의 세 순간이 불균형적일 때 발생한다”고 표명했다. 《지도에 없는 i》는 현재까지 점화되고 있는 이들 작가들의 자기 인식, 소개, 명명의 세 순간에 대한 예술적 균형에 대해 묻고 찾는다. 예술적 균형은 안정적인 평형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교란에 대한 안정성을 벗어던지고 극단적으로는 삶에, 예술에 거스러미같은 존재가 될 때 불편한 i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지도에 없는 i》는 다섯 공간, 여섯 작가로부터 출발하지만 거듭 묻고 계속 찾아갈 수 있는 파급력을 갖는다. 이제 시작했고, 끝은 기약 없기를 감히 희망한다. 이 전시는 i의 밀도에 대한 여섯 개의 솔직한 입장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값지다. The Show Must Go On! 이 노랫말을 다시 훑어보니 누군가 계속 감내하기를 바라는 자 있는지(Does anybody want to take it anymore)를 묻고 있다. 매일 자신에게 되묻고 있을 이 질문의 이유를 김수진, 지현아, 여인영, 권자연, 남윤아, 손지훈으로부터 들어 본다. 그리고 부디 이들 작가들이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 아트잠실, 프로젝트스페이스영등포, 스페이스 원, 낫씽이즈리얼, 쇼앤텔과 짝패임을 운영자의 존재 인식만큼 나란하게 기억해주길 당부한다. 

-김현주


‘neither here nor there’ is a collaborative project that started with Sukyung Hwang’s question ‘Where is the artist who runs the space?’. Extending into further exploring the ambiguity of the presence and absence of the artist and ‘others’ in the space, questioning then, ‘What does this ‘space’ mean to the individual ‘I’ who runs the space, as an artist?’ 

With six artists, Soojin Kim, Hyuna Ji, InYoung Yeo, Jayeon Kwon, Yuna Nam and JiHoon Son, two curators Sukyung Hwang and Yoonjeong Koh, the project consisted of weekly meetings at five participating art spaces in Seoul, including Art Jamsil, Project Space Yongdeungpo, Space One, nothingisreal and Yoonjeong Koh’s online room since April 2021. 
Redefining the western narrative of artist-run, artist-led, alternative and independent art space, in the local context of Seoul, the six participating artists define the art space and the ‘I’ as, 

Art Jamsil is a space of new beginnings.
Soojin Kim is in ‘ing’.  

Project Space Yongdeungpo is a moving space.
Hyuna Ji is the mold that spreads and blood that flows on this moving space. 

InYoung Yeo communicates through Space One as an extension of complex layers of relations.

nothingisreal is an experiment and a question to other possibilities. 
Jayeon Kwon is here, in this space.

Show and Tell is a space of experiments and failures. 
Yuna Nam believes in the endless potential after failures.

Show and Tell is a space of courage and rebirth.
Jihoon Son is The Brave of Legend.

Thinking on the complex and diverse roles and relations among the space and the individual artist who run the space, to the relations among the collaborating spaces and artists, the artists find themselves in their own space, with a series of solo exhibitions in its empirical presence. 

-InYoung Yeo

김수진 Sujin Kim 09.02 ~09.16 / 아트잠실 Art Jamsil
지현아 Hyuna Ji 09.25~10.10 / 프로젝트스페이스영등포 Project Space Yongdeungpo
여인영 InYoung Yeo 9.30~10.14 / 스페이스원 Space One
권자연 Jayeon Kwon 11.22~12.13 / 낫씽이즈리얼 nothingisreal
남윤아 Yuna Nam 01.04~01.15 / 아티스트런스페이스쇼앤텔 Artist run space show and tell
손지훈 Jihoon Son 01.18~01.29 / 아티스트런스페이스쇼앤텔 Artist run space show and tell

𝗶기획/ Produced by
황수경 Sukyung Hwang

𝗶글 / Curatorial and Review Text
김현주 Hyunju Kim/ 고윤정 Yoonjeong Koh

𝗶영상 제작/ Video
남윤아 Yuna Nam
촬영 보조
손지훈 Jihoon Son

𝗶협력 공간/ in collaboration with : 프로젝트미래유통 Project Miraeyutong